평양, 개성, 구례, 구리고 서울 전시회.

“병 속에 든 게 뭡네까?”

“아, 술입니다.” 내가 대답했다.

“가방 좀 열어보세요. 검사를 해야겠습네다.”

그들은 X레이 검색대를 통과한 내 가방 속의 유리병에 주목한 것 같았다. 세관원은 포장을 뜯지도 않은 술병들을 발견하고 샅샅이 수색을 실시했다. 마침내 그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더니 됐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서야 나는 그가 신고하지 않은 허용량초과 물품을 조사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 가방 속의 액체가 위험물질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려고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안 공항과 인천 공항은 이 점이 좋았다. 이 공항들에서는 허용량을 초과하는 술을 신고하지 않고도 별 탈 없이 가지고 나가고 들어갈 수 있었다. 나는 그 술을 남한의 친구들과 나눠 마시기를 좋아한다. 지금 내가 이 사실을 글로 쓰고 있는 건 멍청한 짓인지도 모르겠다. 다음부턴 그런 행운을 누리지 못하게 되는 게 아닐까?

“감사합니다. 한국 술 아주 맛있어요.”

그가 나를 뚱하니 쳐다봤다.

“아, I meant(제 말은) 조선 술이 아주 맛있어요.” 나는 영어와 조선말을 섞어서 정확히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는 얼른 가방을 집어 들고 걸어나갔다.

승객들이 모두 좌석에 앉았다. 내 자리는 후미 쪽이다. 이륙하기 전에 여승무원 하나가 나와 친해졌다. 아마 그저 영어회화 연습할 기회를 잡은 것이리라. 그녀가 평양에 온 목적을 물어봐서 백두대간 사진전을 열러 왔다고 대답했다.

“아 예, 저도 소식은 들었어요.” 그녀가 말했다.

‘노’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을 예상하면서 내가 물었다. “백두산에 가본 적 있으세요?”

“예, 물론이지요.” 그녀가 예쁜 얼굴에 미소를 떠올렸다.

좋아, 설마 칠보산은 못 가봤겠지?

 “그럼 칠보산은요?”

“예, 거기도 가봤어요. 구월산만 빼고 우리 나라의 성산聖山은 다 가봤답네다..”

고려항공의 여승무원이 성산에 대해 알고 있다니, 나는 은근히 놀랐다. 지난 번 여행 때 황승철과의 대화를 통해 북한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여섯 개의 산을 성산으로 여긴다는 말을 들었다. 이제 그 이론이 정말 널리 알려져 있는 것인지를 확인해볼 기회가 온 것이다.

“그러니까 금강산, 묘향산에도 다 가봤단 말씀이세요?” 확인질문을 던졌다.

“예.”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성산이 몇 개나 있는데요?” 내가 캐묻는다.

“여섯 개가 있지요.” 그녀가 대답한다.

“그럼 구월산 말고 못 가본 성산이 하나 더 있군요, 맞나요?”

“아, 그건 남조선에 있는 지리산입네다.

Myohyang-san 묘향산 폭포.Myohyang-san 묘향산 보현사.Kuwol-san 구월산.Chilbo-san 칠보산.

나는 아이폰을 꺼냈다. “지리산 사진 보여드릴까요?”

그녀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진을 보기 위해 바닥에 무릎을 대고 앉았다.

조종사가 승무원들에게 자리에 앉도록 지시했다. 승무원석으로 가기 전에 그녀가 말했다. “평양 아름답습네까?”

“물론요.” 나는 상냥한 말씨로 동의했다.

나는 브래들리와 그의 운전기사가 자동차 모니터에 나오는 뉴스를 보는 것을 뒷좌석에서 지켜보고 있다. 우리는 개성공단으로 차를 몰아 가고 있다. 전날(8월 20일) 내가 베이징 공항에 앉아있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북한이 대북 확성기 수 km 밖의 비무장지대로 포탄을 날렸고, 남한은 비무장지대 북측의 상응하는 지점에 수십 발의 대응 포격을 가했다.(로저와 변경하기로 한 부분임)

휴전선의 연속극이 다시 시작됐군

 하지만 개성공단에 도착해보니 분위기는 평소와 다름 없었다.

사무장이 염려스러운 표정으로 묻는다. ”액자가 오늘 도착할까요?”

“예, 황승철씨가 그렇게 주선했다면 그렇게 되겠죠.” 내가 대답했다.

그리고 과연 그렇게 말한 지 얼마 안 돼서 정문이 활짝 열리며 적십자사 트럭이 들어왔고, 북측 직원들과 우리는 함께 트럭에서 액자를 내렸다.

휴전선의 갈등이 해결되고 나자 통일부가 같은 사진을 가지고 서울에서도 전시회를 열자고 했다. 너무나 기쁜 소식이었다.

전시장은 경기도 일산의 MBC 드림센터로 정해졌다.

많은 관료들과 일부 후원자들, 친구들, 그리고 뉴질랜드 대사 클레어 펀리가 개회식에 참석해주었다.

10월 31일 토요일: 전시회가 시작된 지 사흘째, 나는 지금 서울의 내 호텔 방에서 급하게 이 글을 쓰고 있다. 나의 참을성 많은 번역자 ‘나무 동무’에게 이 초고를 보내기 전에(이걸 11월 2일 월요일에 개제될 수 있게 하려면 그는 여태껏 그랬던 것처럼 무척 바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시회에서 만나는 기쁨을 누렸던 나의 모든 친구들과 후원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여러분을 모두 전시회에서 만나게 되어서 너무나 기쁘고 즐거웠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주 먼 길을 와주셨다는 것을 압니다.”

“여러분은 학생, 어머니, 아버지, 종교인, 사업가, 음악가, 활동가, 산악인, 작가 등등 각계각층의 다양한 분들인데, 산의 사진들을 들여다보는 여러분의 표정에서는 오직 온화함만이 보였습니다. 그게 바로 산의 좋은 점이지요.”

“산을 남북관계를 위한 일종의 무대로 이용하려는 생각 같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산의 아름다움만으로도 충분했으니까요) 한국에는 산과 계곡이 무수히 많아서 김정호, 김삿갓, 원효대사, 도선국사 등 과거의 많은 선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것을 다 다녀보려면 여러 생이 필요하겠지만, 저를 계속 나아가게끔 부추겨주는 것은 저의 작업에 대한 여러분의 격려입니다. 그 은혜에 제가 어떻게든 보답을 할 수 있게 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전시회에서, 나는 내년에 백두대간을 종주할 계획이라는 한 무리의 고등학생들에게 한국의 모든 산들은 모두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설명해주고 있었다.

“모든 산은 백두산의 할아버지 봉우리로 이끌려 돌아가고, 맨 아래 한라산의 할머니 봉우리에 의해 하나가 됩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김정호의 대동여지도의 목판을 보면 김정호가 느꼈던, 그리고 그로 하여금 대동여지도를 제작하게끔 부추겼던, 생체의 모습과 같은 정교한 형상의 패턴을 여러분도 직접 느껴볼 수 있습니다. 이것을 일종의 인체와 같은 형상으로 바라보면 옛날의 한국인들은 산과 아주 강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백두대간은 그들의 정신적 지주요 척추였습니다. 모든 부속 능선과 작은 능선들은 그 몸의 골격계를 이루지요. 그 능선들을 따라 흐르는 풍수지리적 에너지는 신경계를 이루고, 그 능선에서 흘러내리는 모든 물은 그 핏줄입니다. 이 매혹적인 프랙탈 형상은 산의 토착령(산신)의 보호를 받고 있어서, 이 독특한 생태계를 인간이 돌보지 않으면 당연히 그들도 병들게 됩니다. 이게 옛날 식의 생태학이랍니다.” 내가 설명을 되뇐다.

그 고등학생들이 그들의 땅에 대해 이런 식의 설명을 듣는 것은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즐기세요.” 내가 말했다. “여행을 떠나고자 한다면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탐사하세요. 그러고 나서 학문으로 돌아와서 그 산들을 낭만적으로 묘사해보세요. 여러분의 선조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다음엔 무슨 일을 하실 건가요?” 그들이 물었다.

“전시회가 끝나면 등짐을 매고 ‘방랑길’을 나설 겁니다.”

“어디로요?” 그들이 웃으며 물었다.

“구례에 있는 집 문을 나서서 전라남도를 걸어서 진도까지요.”

“내년에 우리가 백두대간 종주할 때 같이 가실래요?”

“물론요.” 내가 상냥하게 동의했다.

김운경 작가, 나, 문성근 배우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다음 스토리펀딩 후원자

덧붙임: 이 짤막한 연재물에 후원을 해주신 분들께 다시금 감사를 드립니다. 비판적인 덧글을 남겨주신 분들께도 내가 쓴 글을 반추해보게끔 해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남과 북의 모든 산들을 통해 여러분의 나라에 대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면서 더 많은 것을 배워갈 수 있도록 계속 기회를 허락해주시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종주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백두대간처럼, 남북을 오가며 행하는 저의 작업이 한국인들도 백두대간을 마음껏 종주하고 탐사할 수 있게 해줄 하나의 문화적 다리를 놓는 데 일조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감사합니다.

로저 셰퍼드©2015

평양서 열린 백두대간 사진전시회 Daum storyfun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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